[뉴스] 훈련으로 몸에 밴 화재대피… 신생아 2명씩 안고 뛴 간호사, 모두 구했다 | 관리자 | 2019-12-17 13:41:33 | 2022 |
일산 산부인과 화재 ‘훈련의 힘’ 빛나… 대형참사 잦은 필로티 구조 1층 불
의료진, 연습대로 침착하게 대처… 마취 임신부 우선이송 무사 출산
마지막 환자까지 대피 유도뒤 나와… 병원내 있던 357명 큰 부상 없어
《14일 오전 10시경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대형 산부인과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생아실과 산후조리원 등이 들어선 8층 건물은 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휩싸였다. 산모 77명과 신생아 75명 등이 건물 안에 있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다. 소방당국은 정기적으로 소방훈련을 한 병원 의료진이 신속하게 대응해 참사를 막았다고 보고 있다.》
14일 오전 10시경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대형 산부인과병원. 8층 병원 건물 가운데 4, 5층 외래진료실에만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산부인과 전문의 김민경 씨도 4층에서 진료하고 있었다. 김 씨의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만 15명.
한 간호사가 급히 문을 열고 진료실에 들어왔다. “불이 났으니 대피해야 합니다.” 4, 5층에 있던 김 씨 등 의료진 4명은 화재 대피 훈련을 떠올리며 비상계단으로 환자들을 안내했다. 훈련 상황으로 생각한 환자들도 있어 끌고 가다시피 하며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김 씨는 마지막까지 남아 미처 대피하지 못한 환자가 있는지 확인했고 간호사로부터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제 김 씨도 비상계단으로 대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계단에는 연기가 솟구쳐 올라오고 있었다. 방향을 바꿔 4층 건물 외벽에 설치된 테라스로 이동해 소방대원의 구조를 기다렸다. 그는 “어제 수술을 마친 산모가 있어서 산모와 신생아 모두 걱정됐다. 주기적으로 소방 대피 훈련을 했고 매주 소방 교육을 받은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층에서 시작된 화재로 순식간에 건물 전체가 연기로 휩싸였다. 다행히도 건물 바로 옆 소방서에서 대원들이 신속히 출동해 26분 만에 진화했다. 2층으로 불이 옮겨붙기 전이었다. 당시 병원에는 산모 77명, 신생아 75명 등 357명이 있었다.
당시 간호사들은 '캥거루 백'이라고 불리는 대피용 조끼를 입고 신생아들을 옮겼다. 캥거루 백 하나로 신생아 4명까지 옮길 수 있다. 화재 속에서 신생아가 다치지 않도록 앞쪽 주머니만 이용해 신생아 2명씩을 안고 대피한 것.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캥거루 백에 신생아 2명 씩 안고 뛴 간호사들이, 큰 역할을 했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의료진의 신속한 대처로 인명 피해를 막았다. 이 병원은 화재 진압반과 대피반 등으로 역할을 나눠 정기적으로 훈련해 왔다. 분만실과 수술실, 신생아실 등 저층 환자들은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1층으로 대피했다. 산후조리원과 입원실 등 7, 8층 환자들은 대부분 환자복을 입은 채 옥상으로 대피해 칼바람을 맞으며 구조를 기다렸다. 소방헬기가 출동해 옥상 대피 환자들을 구조하려고 했지만 안전 문제 등으로 실행하지 못했다. 결국 이들은 화재가 진압된 뒤 1층 입구를 통해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